흑연 음극재의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회사부터 시작해보자. 미국 캘리포니아 알라메다에 본사를 둔 Sila(구 Sila Nanotechnologies)다.
핵심 기술 — 흑연을 통째로 대체하는 실리콘 음극재
Sila의 주력 제품은 Titan Silicon이라는 실리콘 기반 음극 활물질이다. 기존 리튬이온 셀의 흑연 음극을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흑연 쪽에서 늘 부딪히는 이론용량 한계(372 mAh/g)를 실리콘(~3,600 mAh/g 수준)으로 돌파하겠다는 접근이다.
주목할 점은 마케팅 포지셔닝이다. Titan Silicon을 "셀 내 흑연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대체할 수 있는 고함량 실리콘 음극"으로 규정한다. 단순 첨가제(흑연에 5~10% 섞는 SiOx 방식)가 아니라 흑연 자체를 걷어내는 전면 대체를 노린다는 뜻이다. 성능 주장도 구체적이다 — 최고 성능 흑연 셀 대비 에너지 밀도 20~25% 증가, 충전 시간 최대 40% 개선을 내세운다.
실리콘 음극의 고질적 문제인 부피 팽창(충방전 시 ~300%)과 SEI 불안정성을 나노구조 설계로 잡았다는 것이 기술적 차별점인데,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실리콘 음극 업체들끼리 비교하며 더 파보겠다.
펀딩 — 정점에서 한 번 꺾인 밸류에이션
자금 동원력은 이 분야 최상위권이다. 총 13개 라운드, 27개 투자자로부터 13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다만 흐름이 흥미롭다. 2021년 Series F에서 33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5억 9천만 달러를 모았지만, 2024년 6월 라운드는 20억 달러 미만 밸류에이션 — 약 1/3 할인된 가격이었다. 배터리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를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2024년 6월 마감한 Series G에서 3억 7,500만 달러를 조달했고, 기존 투자자 Sutter Hill Ventures와 T. Rowe Price가 주도했다. 투자자 명단에는 Bessemer Venture Partners, Coatue, 8VC, Mercedes-Benz, 그리고 미국 에너지부(DOE)가 포함된다. DOE는 2022년 인프라법(BIL)에 따라 Moses Lake 공장 지원을 위해 1억 달러 보조금을 지급했다.
창업자 — 테슬라 7번 직원과 조지아텍 교수
2011년 Gene Berdichevsky와 Gleb Yushin이 공동 창업했다. Berdichevsky(현 CEO)는 테슬라 초기 멤버로 로드스터 배터리 팩 안전 설계를 이끈 인물이고, Gleb Yushin은 조지아텍 재료공학과 교수(B. Mifflin Hood Chair)로 나노소재 학계 권위자다. 산업 양산 경험과 소재 과학이 결합된 전형적인 딥테크 창업 조합이다.
시장 진출 — 양산 공장 가동 개시
가장 큰 변곡점은 양산이다. 2025년 9월 워싱턴주 Moses Lake에 공장을 열었고, 연 최대 50만 대분 음극재 생산 능력을 목표로 한다. 고객사로 Mercedes-Benz와 Panasonic을 확보했고, 비공개 3개사 계약도 추가로 잡았다. Mercedes-Benz G-Class 차기 버전과 Panasonic 차세대 셀에 Titan Silicon이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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